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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포르투갈 여행- 호카곶 (대서양의 끝에 마주하다.)

by 써니블❤ 2020. 9. 13.

스페인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났을 때, 포르투갈 및 모로코 여행도 여정에 들어 있었습니다. 포함된 포르투갈 여행 코스는, 리스본 등 시내보다는 외곽지역을 도는 것이었습니다.

첨엔 의아했지만, 왜 그런 코스를 짰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포르투갈 외곽지역에는 매력적인 곳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했던 곳이 호카곶이었습니다. 생뚱맞게도 포르투갈에서 이런 대자연의 풍경에 감동하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죠.. 호카곶은 포르투갈 땅끝마을로, 유럽 대륙의 서쪽 끝, 아니 또 다른 시작점이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인구수 약 1000만 명의 작은 나라로 현재 유럽에서의 지위는 약하지만, 15~16세기를 주도하며 한 때 거대한 해양제국으로 발돋움 했던 나라입니다. 일찍이 해양 왕국으로서 세계 최대의 영토를 보유하며 번성을 누렸지만, 외침과 내정 불안 등으로 국력이 쇠퇴하면서 굴곡 심한 역사를 겪어온 나라이기도합니다. 인도 항로 발견, 아프리카 연안 조사, 브라질 발견 등 항로 개척과 더불어 해외 식민과 무역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며 영토를 넓혔고, 이 찬란한 역사들 뒤에는 호카곶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예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이 전까지 호카곶은 대륙의 끝으로 그 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대륙의 끝을 마주하고 있는 포르투갈인들이 대서양을 항해해 왔기에 이룰 수 있었던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카곶은 깎아지른 절벽에 칼 같은 바람, 대서양의 크고 사나운 파도가 넘실대는 곳인데, 이런 바다를 탐험해 왔던 포르투갈인들의 기지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우리의 호카곶 일정은 아침이었습니다. 새벽 4시에는 출발한 것 같습니다;;. 힘들고 피곤했지만, 진짜 보는 순간 탁 트인 풀밭과 바다가 지친 피곤함을 말끔히 풀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풍경이라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붉은 등대만이 우뚝 세워져 있었고, 끝도 없는 망망대해만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곳의 봄 여름에는 들꽃들이 만발한다고 하지만, 내가 갔던 계절은 늦가을이라 그저 아무것도 없이 광활하기만 했습니다.

 

점점 바다 쪽으로 나아갈수록 바람은 더 거세어지고, 안갯속으로 대서양의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것이 보였습니다. 끝까지 가니, 아찔한 해안 절벽이 나오며,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세상의 끝에 다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니 망망대해 속과 지구에서 내 존재가 얼마나 작은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의 빨간 등대와 함께, 또 하나 볼 수 있는 것은 높이 우뚝 솟은 십자가입니다. 대륙의 끝을 표시하는 기념비로, 여기에 포르투갈의 서사시인 카모 잉스의 말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 밑으로는 호카곶 현지의 좌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망망대해에 솟은 십자가라 왠지 더 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여기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워낙 세서 예쁜 사진을 기대하기에는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저 이곳은 사진보다 마음에 간직하게 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왔지만 그 날의 벅찬 감정과 땅의 끝에 서본 벅찬 감정은 사진에 다 담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간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여기는 꼭 갔다 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호카곶은 해안가 근처라 급작스런 소나기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넓은 수평선을 더 느긋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는 아침이라 좀 안개가 끼고, 파도와 바람이 아주 거센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면 낮에 한가하게 가서, 땅끝에 앉아 맥주 한잔 하고 온다면 최고 일 것 같은데 말이죠..;;

 

또한 호카곶 절벽 근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건물은 관광안내소이자 기념품 숍인데, 관광안내소에서 재미있게도 유럽 대륙 서쪽 끝에 왔다는 기념 증명서를 발급해 주기도 하니 이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것도 새벽이라 열지 않아서 받지 못했습니다. 

이상 제가 감동해 마지않았던 포르투갈 호카곶 여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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